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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허 유상규의 도일 노동체험기 {방랑의 일편}연구
초록
당대 도일노동자의 미시적 구체성은 서론에서 언급한대로 다음의 세가지 지점에서 해석적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일본의 몇몇 지역을 경유하는 여행기라는 점, 둘째 노동체험 수기라는 점에서 식민지 근대에서 ‘노동자 되기’과정의 실체를 보여준다는 점, 셋째, 이글이 게재된 ?동광?과 수양동우회가 지향했던 민족주의 우파 지식인의 이념적 경향과 실제 현실과의 간극문제이다. 이는 역사학, 사회과학, 국문학 연구의 영역이 겹쳐지는 영역이면서 동시에 소외되어있던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주의 우파 지식인의 사상적 경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있지만, 그것은 민족해방운동론의 관점에서 운동주체의 사상적 입장, 운동론, 현실적 운동의 전개과정과 그 역사적 평가 등이 주류를 이루어왔다. 이 과정에서 이 이념적 경향을 가진 ‘개인의 내면과 현실체험’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가하는 미시적 차원에서는 그다지 연구가 진전되지 못했다. 이 분야에서 익히 알려진 이광수의 내면에 대한 연구는 이미 역사가 오래되었고, 최근 ?윤치호 일기?를 대상으로 한 연구 등, 이에 관한 관심이 진전되고 있다. 태허 유상규라는 인물은 윤치호라든가 이광수처럼 우파지식인으로서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면서도, 1939년 요절하면서 일제 말 제국주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음으로써 계몽주의적 민족주의 이념을 친일성과 사후 연관시키지 않으면서 그 자체를 살펴볼 수 있는 미시적 기록 사례를 제공한다. 또한 이 글이 노동에 대한 체험기록이기도 하지만 여행기라는 점에서 최근 국문학계의 기행문 연구의 지평 속에서 비교할 수 있다. 근대문학계의 기행문, 특히 해외 기행문 연구는 장르중심으로 위계화된 문학텍스트 바깥의 심상지리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행문의 저자들은 기존의 문인들을 벗어나 교육, 의료, 상공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부상하고 있고, 이들이 당시 신문, 잡지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다양한 ‘외부의 심상지리’를 제공했음이 밝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중국, 서구 등 지역별로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일본의 경우 주로 유학생 기행문과 내지 시찰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실제 역사적 사실 상으로는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이 건너갔지만, 대부분 무학에 가까운 하층민들이었기에 기록으로 남겨진 노동체험의 실상은 드문 형편이다. 이 때문에 유상규의 노동체험기는 이 일본 기행문 속에서 도일, 재일 노동자의 실상과 그 기원을 알려줄 수 있는 특별한 위상(재일의 기록)을 차지한다. 세 번째로 이 기록이 갖는 식민지 근대에서 노동자되기의 구체적 미시적 실상이 주는 의미지점이다. 기존의 연구에서 진행된 근대적 노동자로서의 주체형성이 조선총독부 자료 및 공장 측의 자료를 활용한, 사용자와 지배자의 ‘규율화’, ‘노동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이런 규율화 과정에서의 피지배자의 상황은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유상규의 이글은 노동자 만들기 프로젝트가 일어나는 규율권력의 기록이 아닌, 노동자로 개조되는 과정의 피지배자의 내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일본어 능력과 학력 정도, 그리고 노동의 조건 및 사회적 위계에서 스스로에 대해 발언하거나 기록하지 못한 당대 노동자는 일종의 서발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붕언의 인터뷰와 사진집 및 ‘재일’ 연구들이 이런 서발턴으로서의 재일1세들을 직접 대상으로 한다면, 비슷한 내용이 언급되고 기록된 유상규의 당대 기록은, 그들 자신의 발언은 아니지만, 가장지근거리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제목
- 태허 유상규의 도일 노동체험기 {방랑의 일편}연구
- 저자
- 차혜영
- 발행일
- 2009-03
- 저널명
- 세계지역문화연구
- 언어
- KOR
- 출판사
- 한양대학교 세계지역문화연구소
- 발행국가
- 대한민국
- ISSN
- P 1976-9806